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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1.05.21 싱커 SynCher
2011. 11. 20. 11:44 by Baehyeon



그리고 이렇게 행복으로 가득 찬 앤의 마음은 매슈로 인해 최고에 이르렀다. 카모디에 있는 가게에 갔다 이제 막 돌아온 매슈는 쑥스러운 듯 주머니에 작은 꾸러미를 꺼내 마릴라의 눈치를 살피며 앤에게 건넸다.
"네가 초콜릿 과자를 좋아한다고 해서 좀 사왔단다."
마릴라가 코웃음을 쳤다.
"나 참, 그런 건 이와 위장에 나빠요. 이런, 이런, 그렇게 울상 짓지 마라, 애야. 매슈 아저씨가 이와 사오셨으니 몇 개는 먹어도 된다. 박하사탕이 몸에 더 좋긴 하다만 말이다. 한꺼번에 다 먹고 배탈이나 나지 않게 하렴."
앤이 생기있게 말했다.
"어머, 아뇨. 안 그래요. 오늘 밤엔 하나만 먹겠어요, 아주머니. 절반은 다이애나한테 주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 다이애나에게 반을 준다면 나머지 절반은 두 배로 더 맛있을 거에요. 다이애나에게 줄 게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뻐요."
앤이 다락방으로 올라가자 마릴라가 입을 열었다.
"저 아인 말이죠, 인색하지 않아 다행이에요. 전 인색한 아이가 제일 싫거든요. 이거야 원, 저 아이가 온지 겨우 3주밖에 안 됐는데 마치 오래전부터 같이 살았다는 느낌이 드네요. 저 애가 없는 집은 이젠 상상조차 할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그러게, 내가 뭐랬니.' 하는 표정은 짓지 마세요, 오라버니. 여자가 그래도 기분 나쁜데, 남자가 그러는 건 더 못참아요. 어쨋든 솔직히 털어놓자면, 오라버니 뜻대로 아이를 데리고 있길 잘했다 싶어요. 저 아이가 점점 좋아지는군요. 하지만 이 일 가지고 계속 놀려 댈 생각은 말아요, 매슈 오라버니."


"음, 그게 어떤 것이든 그 아인 거룩한 아름다움을 지녔으니 틀림없이 좋은 뜻일 거예요. 아저씨는 거룩한 아름다움이라는 게 어떤건지 상상해 본 적 있으세요?"
"글쎄다, 아니, 없단다."
매슈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전 가끔 상상하곤 해요. 거룩하게 아름다운 것과 눈부실 정도로 머리가 똑똑한 것과 천사같이 착한 것 중에서 아저씨는 무얼 고르시겠어요?"
"글쎄다, 난, 난 잘 모르겠구나."
"저도 그래요. 도무지 고를 수가 없어요. 하지만 어차피 제가 될만한 것도 없어 보이니 고르지 못한대도 상관없겠죠. 확실한 건, 제가 천사같이 착한 아이가 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이에요. 스펜서 아주머니 말로는...... 어머, 아저씨! 어머! 어쩜 좋아."
그것은 스펜서 부인이 한 말이 아니었다. 아이가 마차에서 굴러 떨어졌다거나 매슈가 깜짝 놀랄 만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니었다. 두 사람은 그저 길모퉁이를 돌아 '가로수길'로 접어들었을 뿐이었다.
'가로수길'이란 뉴브리지 사람들이 이름 붙인 4,500미터 되는 길로서, 수년 전 어떤 나이든 괴짜 농부가 길 양쪽에 심어 놓은 사과나무들이 크고 넓은 가지를 뻗어 완전한 아치 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머리 위로는 눈처럼 하얗고 향긋한 꽃들이 하늘을 지붕처럼 덮은 채 길게 뻗어 있엇다. 커다란 가지 아래엔 자줏빛 황혼이 가득했고, 멀리 앞쪽으로는 대성당의 복도 끝에 있는 커다란 장미 문양의 창처럼 아름답게 물든 하늘이 살짝 내다보였다.
그 아름다운 풍경이 아이의 말문을 닫게 한 것 같았다. 아이는 마차에 등을 기대고 야윈 손을 모아 쥔 채 머리 위에서 하얗게 빛나는 꽃을 황홀한 듯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마차가 길을 빠져나와 뉴브리지로 향하는 언덕길을 내려갈 때가지 한마디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기쁨에 가득찬 얼굴로 저 멀리 노을 지는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불타는 하늘을 배경으로 눈부시게 흘러가는 환상을 보고 있었다. 개들이 짖어 대고, 사내아이들이 소리를 지르고, 사람들이 호기심에 찬 얼굴로 창밖을 빤히 내다보는, 시끌벅적한 뉴브리지의 작을 마을을 지나는 동안에도 두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다. 5킬로미터를 더 갔는데도 아이의 입은 열릴 줄 몰랐다. 아이는 말을 잘하는 만큼이나 침묵을 지키는 것 도한 거뜬히 해낼 수 있는 게 분명했다.
마침내 매슈가 용기를 내어 아이가 오랫동안 입을 다물고 있는 유일한 이유라고 생각하는 말을 던졌다.
"꽤 지치고 배가 고픈가 보구나. 하지만 이제 거의 다 왔단다. 1.5킬로미터만 더 가면 되니까."
아이가 숨을 깊이 내쉬면서 공상에서 깨어나더니, 별을 따라 머나먼 곳을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 같은 몽롱한 눈길로 매슈를 바라보았다.
여자 아이가 속삭였다.
"아, 아저씨. 우리가 지나온 저기, 저 하얀 곳의 이름이 뭐죠?"
매슈가 무슨 말인가 싶어 잠간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음, '가로수길'을 말하는 게로구나. 아주 예쁜 길이지."
"예쁘다고요? 어머, 예쁘다는 말말으론 모자라요. '아름답다.'는 말도 맞지 않아요. 그런 말로는 한참 부족하다고요. 아, 그래요, '황홀하다.' '황홀하다.'가 좋겠어요. 제가 더 멋지게 상상할 수 없었던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여기가 정말 마음에 들어요."
아이가 가슴에 한 손을 대며 말을 이었다.
"아주 이상야릇한 통증이 왔어요. 하지만 기분 좋은 통증잉었어요. 아저시도 이렇게 기분 좋은 통증을 느껴 본 적이 있나요?"
"글쎄다. 기억이 안 나는구나."
"전 많이 있었어요. 고상하게 알므다운 걸 볼 때면 늘 그래요. 하지만 그렇게 아름다운 곳을 그냥 '가로수길'이라고 불러선 안돼요. 그런 이름은 아무런 뜻도 없으니까요. 음, 이렇게 부르는게 좋겠어요. 기쁨의 하얀 길. 여러 가지 상상을 할 수 있는 멋진 이름 같지 않아요? 전 장소나 사람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항상 새로운 이름을 지어 붙이고 그렇게 생각하곤 해요. 고아원에 있던 헵지바 젠킨스라는 여자 아이도 조잘리아 드 비어라고 항상 상상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거길 가로수길이라고 부를지 몰라도 전 언제나 기쁨의 하얀 길이라고 부르겠어요. 정말 1.5킬로미터만 더 가면 집에 도착하난요? 전 기쁘면서도 섭섭해요. 오늘 길이 너무 즐거웠거든요. 전 즐거운 일이 끝날 때면 늘 섭섭해요. 나중에 더 즐거운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아무도 장담할 순 없으니까요. 게다가 즐거운 일이 계속되는 일은 잘 없잖아요. 어쨋든 지금까지 전 그랬어요. 하지만 집에 도착한다고 생각하면 기뻐요. 아시겠지만, 전 한번도 진짜 가정에서 살아 본 적이 없거든요. 진짜 집으로 간다고 생각하니 다시 기분 좋은 통증이 밀려와요. 어머, 너무 아름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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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NEXT)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일반
지은이 마이클 크라이튼 (김영사,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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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쥬라기 공원>으로 유명한 마이클 크라이튼이 이번에는 바이오테크놀로지(이하 바이오텍)로 시선을 옮겼다. 크라이튼은 <넥스트>에 탐욕스러운 벤처투자가 잭 왓슨과 위선적 과학자 겸 벤처기업가 릭 디엘 등을 등장시키며, 유전자와 세포를 둘러싼 경제적 갈등과 잠재적 부작용, 그리고 유전자와 세포가 특허 대상이 됨으로써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들을 제시한다. 이 해설의 글은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바이오텍들을 연결하는 지도를 그려 독자의 이해를 돕고, 더 나아가서 소설과 현실의 차이를 간략히 설명하려는 것이다. 바이오텍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그 선택은 바로 독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바이오텍은 '생명'이 호기심의 대상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경제적 대상이 되었음을 알려 준다. 바이오텍의 기원은 아마 백만 년 전쯤 직립원인이 사용하던 뼈바늘이나 뼈화살촉 따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겠지만, 바이오텍이란 말이 널리 스이기 시작한 것은 유전자를 직접 조작하게 된 1970년대 이후이므로, 현실적인 개념으로 바이오텍의 기원은 불과 몇십 년밖에 되지 않는다.
  현대의 바이오텍은 유전자변형식품, 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 치료, 배아줄기세포, 복제동물 같은 생경한 말들로 상징된다. 이 가운데 배아줄기세포나 복제동물 같은 것은 직접적으로 유전자를 조작한다기보다는 세포를 조작하는 것이지만 기술적으로나 응용면으로나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바이오텍의 핵심적인 한 부분이 된다.
  다음의 표는 <넥스트>에 등장하는 바이오텍의 여러 장르들의 관계를 알기 쉽게 정리한 것이다. 가로축은 미생물, 식물, 동물, 사람으로 구분하였다. 바이오텍의 기술이 적용되는 대상이 사람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생물인지는 윤리적인 면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중요한 분류 기준이 된다. 세로축은 기술에 초점을 둔 분류이다. 첫번째 줄은 유전자가 있는지 없는지 혹은 어떤 유전자 타입이 존재하는지 검사 또는 진단하는 데 초점을 둔다. 두 번째 줄은 대상(환자)의 몸에 유전자를 삽입하여 형질전환을 일으키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형질전환의 효과가 당대에 머문다. 세 번째 줄은 생식세포의 유전자 조성에 변형을 일으키는 것이며 형질전환의 효과가 영원히 지속되도록 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유전자와 형질 간에 인과관계가 보이면 흔히 특허를 출원한다. 가령 D4DR 유전자의 어떤 타입(대립유전자)이 모헙심과 상관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D4DR의 타입을 분석하여 성격을 예측하는 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연구 결과는 시사적일 뿐 단정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매운 음식을 여러 종류 관찰하다가 마늘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마늘의 존재 유무로 매운 맛을 미리 아는 법'하고 특허를 출원하는 것이다. 마늘이 매운 맛에 직접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지만 다른 양념이나 재료가 매운 맛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 발 빠른 사업자들은 마늘이 있는지 검사해서 매운탕이 과연 매울 것인지 먹기 전에 알려 주겠다고 선전하며 소비자를 유혹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검사가 옳지 못하다고 비난한다. 우리나라 정부는 D4DR 등 10여 가지 유전자들을 특별히 지정하고 의사의 판단에 의해서 치료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아니면 검사하지 못하도록 금하고 있다.

  유전공학은 유전자를 자르고 붙이는 기술을 기초로 발전해 왔다. 본래 가지고 있지 않은 유전자가 삽입되어 제대로 활동을 개시하면 세포는 더 이상 과거의 세포가 아니다. 유전정보가 변하여 세포가 달라지는 것을 '형질전환'이라고 한다. 유전공학은 형질전환 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필요에 호응하여 멋대로 유전자를 조작하고 생물의 형질을 바꾸는 것이다.
  <넥스트>에 등장하는 '파란색 장미'나 '자주빛 바다거북' 등은 파란색이나 자주빛 색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장미나 바다거북의 DNA에 삽입하여 형질전환시킨 것이다. '자주빛 바다거북'은 모르겠지만 '파란색 장미'는 2004년 일본과 호주의 과학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페추니아의 파란색을 만드는 효소의 유전자가 인공적으로 장미의 DNA에 삽입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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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페이지를 읽다가 덮고 읽다가 다시 덮고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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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5. 21. 02:26 by Baehyeon
싱커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배미주 (창비, 2010년)
상세보기
ISBN 978-89-364-3375-8

우연히 책장에 꽂혀있는 싱커를 발견하곤 책상으로 가져와서 올려놓았다. 평소 SF에 관심있던지라 제목에서 스멜이 풍겼달까.

  21세기 중엽, 유럽연합과 미국 등의 강대국에 대항해 출범한 동아시아연합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지구를 벗어나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을 수 있을지 모색하기 시작했다. 물도 공기도 푸른 식물도 없는, 어쩌면 지표면에서 살 수 없을지도 모를 외계 행성에서 자급자족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까 ? 이를 실험해보기 위해 동아시아연합은 일단 지구 상에 '베타지구 프로젝트'를 실현해보기로 한다. 거대 지하도시 '시안'과 열대우림을 그대로 재현한 '신 아마존'은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었다. 초국적 기업의 전초지였던 한반도가 장소를 제공했고, 전 세계 자본들이 앞다투어 몰려들었다.
  서기2060년,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영토를 잃은 국가들이 동맹을 맺고 동아시아연합에 선전포고를 한다. 이른바 '영토전쟁'이라 불리는 제3차 세계대전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2063년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다시 한번 인류를 공격한다. 당시 시안에 본부를 둔 초국적 제약회사인 바이오옥토퍼스는 백신을 개발, 바이러스 퇴치에 성공하는가 싶었지만 바이러스는 변이를 계속하면서 인류를 몰살 지경으로 몰고 갔다. 마침내 2068년 시안은 봉쇄를 선언하고 지상 세계와 단절한다. 미처 외계 행성에 베타지구를 건설하지 못한 인류는 시안을 대안 공간으로 활용하기에 이른다. 그 후 지표면은 급속도로 얼어붙어 빙하기에 접어들고, 시안은 지상을 잊은 채 평화를 구가한다. 바이오옥토퍼스는 자사가 개발한 장수 유전자의 특허를 무상으로 시안 시민들에게 내놓았고, 이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그룹의 회장 파에타는 시안의 초대 시장으로 취임한다. 그리고 퇴임한 후에도 시안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로 군림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약 백 년의 역사를 가진 지하도시 시안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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