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2011

공지 사항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2011. 5. 28. 13:21 by Baehyeon

Q>
  얼마 전 엄마랑 마주 앉아 고스톱을 칠 때 생긴 일입니다. 갑자기 엄마가 하품을 하셨는데, 저도 모르게 뒤따라 하품이 나오더라구요. 곧이어 동생도 하품을 했고요. "왜 엄마 따라 하품을 하느냐."며 깔깔 웃고 말았지만, 생각해보니 누가 하품을 시작하면 다른 사람도 같이 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아요. 하품이 전염병도 아닌데 왜 그런 건가요? (사당동 하품녀)

A>
  그러게 말입니다. <한겨레21>에서도 늦게까지 야근을 하거나 점심을 먹은 뒤 나른해질 때 사무실 어딘강데서 하품 소리가 들리면 어김없이 여기저기서 "하~암" 하는 소리가 이어지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저도 제 앞자리나 옆자리 동료가 하품을 하면 따라서 하품을 하곤 합니다. 왜 그럴까요?
  공기나 뇌 속에 산소가 모자라면 하품을 하게 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피곤함이나 졸림의 신호로 이해되기도 하죠. 하지만 이건 과학적인 설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산소가 풍부한 실외에서나 몹시 긴장할 때도 하품은 나오니까요. 실제로 여러 실험에서 산소의 양과 하품은 별다른 관계가 없는 것으로 증명됐다고 합니다. 하품이 왜 나오는지 아직 명확히 구명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남 따라 하품하기"는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뇌의 신경세로 가운데 '거울뉴런'이라는 게 있습니다. 영화에서 등장인물이 맞거나 칼에 찔리는 장면을 보면 마치 내가 맞거나 찔린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가 있죠? 이렇게 어떤 행동을 보기만 해도 이 해동을 반영해 활성화되는 게 거울뉴런입니다. 거울이 실재를 반영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품 따라하기는 바로 이 거울뉴런때문입니다.
  거울뉴런은 모방과 공감에 관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몇년 전 영국에서 공감 능력이 매우 낮은 자폐아동과 그렇지 않은 비자폐아동에게 하품하는 동영상을 보여줬더니 자폐아동 중에선 그걸 보고 따라서 하품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실험 결과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이는 공감 능력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엄마가 아기에게 밥을 먹일 때 입을 벌리면 아기의 뇌는 무의식중에 이를 반영해 입을 벌리는 경우를 생각해보시면 되겠습니다. 누가 웃는걸 보면 그 웃음이 뇌에 반영돼 저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요.
  결국 남 따라 하품을 자주 하는 사람은 타인에게 잘 공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이게 시도 때도 없다면 민망한 일이겠죠. 남들보다 잘 발달한 거울뉴런을 자랑할 만큼 '뻔뻔해지기도 쉬운 일은 아니고요. 누가 하품을 시작하면 땡땡이칠 기회로 여기고 "잠깐 바람 좀 쐬자"고 제안해보세요. 어느새 부드러워진 바람과 따뜻한 햇살을 느낄 수 있는 봄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답변은 랑가 요게슈바어의 <질문?! 일상의 궁금증에 대한 과학적 풀이>(에코리브르 펴냄)를 참조했습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2011. 5. 27. 15:27 by Baehyeon

Q>
  우연히 친구들과 한 이야기가 휴대전화로 녹음됐는데, 그걸 듣는 모두가 "내 목소리가 이래? 이렇게 들려?"라며 자기 목소리가 아닌 것 같다고 놀랐습니다. 다른 사람은 다 내 목소리가 맞다는데 나만 아니게 들리는 이유가 있나요?

A>
  저도 어릴 때 노상 궁금했던 문제입니다. 내가 듣는 내 목소리는 들어줄 만한데 녹음해서 듣는 목소리는 어찌나 재수 없는지. 앞으로 사회생활을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죠.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앨버트 멜리비안 교수가 의사소통에서 목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을 측정해봤는데 38%였다고 합니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는 "자신이 듣는 목소리는 굵직하고 안정적인 저음인데, 소리가 밖으로 나가 남이 들을 땐 저음은 다 새버리고 중음과 고음 위주로 듣게 된다."고 합니다. 우리는 속귀와 바깥귀로 소리를 모두 듣는데, 저음 위주로 전달하는 속귀의 소리는 남드이 들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들보다 자기 목소리를 더 굵게, 안정된 소리로 생각하고 듣는다는 것입니다.
  어릴 때 이런 소문도 들었습니다. 그 사람이 듣는 자기 목소리를 알려면 등에다 귀를 대고 들어보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남의 등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어보면 남자나 여자나 목소리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강한 중저음처럼 들립니다. 바이브레이션 같은 울림도 느낄 수 있습니다. 뜻밖에도 배명진 교수는 이런 소문이 근거가 있다고 합니다. "소리를 낼 때 입의 구실은 60~70%밖에 안 된다."는 것이 배 교수의 설명입니다. 콧구멍, 귓구멍, 여러 장기로 울리며 소리를 퍼뜨립니다. 특히 저음은 아래쪽에서 나옵니다. 등이나 배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어보면 몸이 통처럼 울리는 소리를 듣게 되는데 이 소리가 그 사람이 듣는 자신의 목소리에 가깝답니다.
  남이 듣는 목소리와 내가 듣는 목소리, 진짜 내 목소리는 어느쪽일까요? 원론적으로 말한다면야 저음 중음 고읍을 고루 안고 있는 내가 듣는 목소리가 진짜 내 목소립니다. 그러나 노래방에서 혼자 노래하며, "나는 가수다"고 해봐야 별 소용 없습니다. 아나운서가 아닌 다음에야 누구나 자신이 말하는 소리를 녹음해서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안정감과 신뢰감 있는 목소리로 말하고 싶다면 자신이 듣는 것보다 한 톤 더 낮춰서 굵직하게 소리를 내는 발성 연습도 필요합니다. 배명진 교수는 충고합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입에서 나오는 두성(머리소리)으로 말합니다. 점잖게 말하고 싶으면 일단 발성에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급한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후두(인두와 기관 사이 부분)에서 소리가 공명하도록 천천히 발성하는 습관을 들이면 됩니다." 그런데 젊은 사람이 시종일관 목소리를 깔면 답답해 보이니 공식 목소리와 생활 목소리를 구별하는 건 어떨가요? 친구들과 말할 때는 혀의 힘을 빼도 좋습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2011. 5. 26. 21:19 by Baehyeon


넥스트(NEXT)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일반
지은이 마이클 크라이튼 (김영사, 2007년)
상세보기

  <쥬라기 공원>으로 유명한 마이클 크라이튼이 이번에는 바이오테크놀로지(이하 바이오텍)로 시선을 옮겼다. 크라이튼은 <넥스트>에 탐욕스러운 벤처투자가 잭 왓슨과 위선적 과학자 겸 벤처기업가 릭 디엘 등을 등장시키며, 유전자와 세포를 둘러싼 경제적 갈등과 잠재적 부작용, 그리고 유전자와 세포가 특허 대상이 됨으로써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들을 제시한다. 이 해설의 글은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바이오텍들을 연결하는 지도를 그려 독자의 이해를 돕고, 더 나아가서 소설과 현실의 차이를 간략히 설명하려는 것이다. 바이오텍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그 선택은 바로 독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바이오텍은 '생명'이 호기심의 대상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경제적 대상이 되었음을 알려 준다. 바이오텍의 기원은 아마 백만 년 전쯤 직립원인이 사용하던 뼈바늘이나 뼈화살촉 따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겠지만, 바이오텍이란 말이 널리 스이기 시작한 것은 유전자를 직접 조작하게 된 1970년대 이후이므로, 현실적인 개념으로 바이오텍의 기원은 불과 몇십 년밖에 되지 않는다.
  현대의 바이오텍은 유전자변형식품, 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 치료, 배아줄기세포, 복제동물 같은 생경한 말들로 상징된다. 이 가운데 배아줄기세포나 복제동물 같은 것은 직접적으로 유전자를 조작한다기보다는 세포를 조작하는 것이지만 기술적으로나 응용면으로나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바이오텍의 핵심적인 한 부분이 된다.
  다음의 표는 <넥스트>에 등장하는 바이오텍의 여러 장르들의 관계를 알기 쉽게 정리한 것이다. 가로축은 미생물, 식물, 동물, 사람으로 구분하였다. 바이오텍의 기술이 적용되는 대상이 사람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생물인지는 윤리적인 면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중요한 분류 기준이 된다. 세로축은 기술에 초점을 둔 분류이다. 첫번째 줄은 유전자가 있는지 없는지 혹은 어떤 유전자 타입이 존재하는지 검사 또는 진단하는 데 초점을 둔다. 두 번째 줄은 대상(환자)의 몸에 유전자를 삽입하여 형질전환을 일으키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형질전환의 효과가 당대에 머문다. 세 번째 줄은 생식세포의 유전자 조성에 변형을 일으키는 것이며 형질전환의 효과가 영원히 지속되도록 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유전자와 형질 간에 인과관계가 보이면 흔히 특허를 출원한다. 가령 D4DR 유전자의 어떤 타입(대립유전자)이 모헙심과 상관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D4DR의 타입을 분석하여 성격을 예측하는 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연구 결과는 시사적일 뿐 단정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매운 음식을 여러 종류 관찰하다가 마늘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마늘의 존재 유무로 매운 맛을 미리 아는 법'하고 특허를 출원하는 것이다. 마늘이 매운 맛에 직접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지만 다른 양념이나 재료가 매운 맛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 발 빠른 사업자들은 마늘이 있는지 검사해서 매운탕이 과연 매울 것인지 먹기 전에 알려 주겠다고 선전하며 소비자를 유혹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검사가 옳지 못하다고 비난한다. 우리나라 정부는 D4DR 등 10여 가지 유전자들을 특별히 지정하고 의사의 판단에 의해서 치료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아니면 검사하지 못하도록 금하고 있다.

  유전공학은 유전자를 자르고 붙이는 기술을 기초로 발전해 왔다. 본래 가지고 있지 않은 유전자가 삽입되어 제대로 활동을 개시하면 세포는 더 이상 과거의 세포가 아니다. 유전정보가 변하여 세포가 달라지는 것을 '형질전환'이라고 한다. 유전공학은 형질전환 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필요에 호응하여 멋대로 유전자를 조작하고 생물의 형질을 바꾸는 것이다.
  <넥스트>에 등장하는 '파란색 장미'나 '자주빛 바다거북' 등은 파란색이나 자주빛 색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장미나 바다거북의 DNA에 삽입하여 형질전환시킨 것이다. '자주빛 바다거북'은 모르겠지만 '파란색 장미'는 2004년 일본과 호주의 과학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페추니아의 파란색을 만드는 효소의 유전자가 인공적으로 장미의 DNA에 삽입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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